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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요! 스피드왜건! 뻘글들

요즘 인터넷상의 유머게시물에는 그 유머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는 '스피드왜건'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스피드왜건 이전에도 유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패배하거나 설명충을 자처하는 댓글들이 있긴 했습니다만, 현재의 스피드왜건처럼 범커뮤니티적으로 유행하진 않았었죠. 그런데, 유머를 이해하는데 설명이 필요한 유머를 유머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떠한 유머게시물에 부연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해당 게시물은 유머의 필수요소인 공감대 형성 및 의외성과 기발함 등이 결여된, 불완전한 수준이하의 유머라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요즈음 스피드왜건의 유행은 현재 이런 수준이하로 취급될만한 유머글들이 넷상에 유행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도 할수 있고요. 그렇다면, 왜 갑자기 스피드왜건이 유행할정도로 불완전한 유머글들이 많아졌을까요? 물론 거기엔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했겠지만 개중에 가장 큰 원인은 인터넷과 현실세계의 간극을 형성하는 가장 큰 요소인 '서브컬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서브컬쳐의 지나친 다양화 및 세분화'죠.

사실 서브컬쳐는 한국에서 인터넷이 발달하기 훨씬 이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특정 지역 혹은 특정 국가에서만 통용되는 '~모르면 간첩' 같은것들 말이죠. 다들 아시겠지만, 서브컬쳐에는 해당 서브컬쳐를 알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공감대 형성 및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순기능도 있지만 반대로 이것을 모르는 사람들과 아는 사람들간의 소통장애 및 계층갈등의 원인이 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실제로 서브컬쳐는 국제갈등, 지역갈등, 및 세대갈등같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집단갈등에 알게 모르게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경우도 많죠. 그런데 이것이 인터넷상에서 스피드왜건이 유행하는것과 대체 무슨관계가 있냐고요?

한국에서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PC통신 시절부터 잡아서 길게 잡아야 30여년 정도겠죠. 이렇듯 역사가 짧은탓에 인터넷은 항상 신문, tv같은 매스미디어와 비교해서 항상 비주류에 속해 있었고, 이용하는 사람들 역시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인터넷 안에서만 통용되는 또 하나의 '서브컬쳐'가 형성되었고 이로 인해 인터넷과 현실 간의 간극이 형성되었죠. 그런데,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이 좀더 보편화되고 대중화되면서 좀더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성향을 띈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용하게 되었고, 결국 인터넷이라는 공간 안에서도 이용자들이 현실에서 속한 계층 및 성향에 따라 나뉘게 되었고 끼리끼리 통하는 서브컬쳐들이 생겨나면서 인터넷 유저들 사이에도 간극이 생겼습니다. 이것들이 심화되다 보니 결국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성향을 띄고 같은 서브컬쳐를 공유하는 집단인 '커뮤니티'간의 소통부재가 생기게 되었죠. 거기다가 더 나아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용유저수의 증가로 인해 생겨나게된 몇몇 대형커뮤니티에서는 커뮤니티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서로 통하는 서브컬쳐가 달라지고 결국 동일 커뮤니티 유저들간의 소통부재까지 생겨나게 됩니다. 결국 진지한 분위기의 게시판에서는 소통의 부재로 인한 논쟁이 발생하기에 이르렀지만, 유머 전용 게시판 등 비교적 분위기가 가벼운 게시판에서는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갈등, 즉 특정 계층만 이해할수 있는 게시물로 인한 갈등을 유머러스하게 해결하려 하는 과정에서 설명충 및 스피드왜건이 유행하게 된 거죠.

물론 사람들 간의 소통부재를 단순히 서브컬쳐의 탓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적어도 가벼운 분위기의 유머 전용 게시판에서의 유저들 간의 불통문제만 놓고 생각보자면, 불통문제의 원인은 대부분 특정 서브컬쳐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물론 소규모의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지향한다면 주류가 아닌 서브컬쳐들은 과감히 배척하는것도 괜찮은 선택일수도 있지만, 개방성 및 보편성을 띈 대규모 커뮤니티를 지향한다면 해당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이 좀더 광범위하고 세세한 서브컬쳐에 대해서도 관용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서브컬쳐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유머글이 이해가 안된다면, '이글이 왜 유머게시판에 있죠' 라는 냉소적인 한마디 보다는 '도와줘요 스피드왜건!'을 외쳐보는것이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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