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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 클럽의 구심점과 치고 나갈 타이밍. 뻘글들

벵거 감독 스스로의 의지로 하이버리 시대를 끝낸 이후 클럽 아스날의 재정 상태는 점점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팀의 트로피 진열장은 점점 비어가게 되었죠(배정훈님 인용). 트로피 진열장은 비어가고 클럽의 잔고가 쌓여가자 팬들의 인내심은 점점 떨어져만 갔습니다. 그러나 미스터리하게도 '선수 수출 강국' 아스날은 하이버리 시대 이후 리그 4위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고 챔피언스리그 본선에도 꾸준히 진출했으며 시즌 초중반에는 치열하게 리그 우승경쟁을 할수 있는 클럽으로 계속 그자리에 있었습니다.


벵거감독의 클럽 운영 정책은 일반적인 축구팬들이 생각하는 성과를 내서 스폰서를 받는 그런 정책이 아니었습니다. 아르센 벵거의 클럽 운영 정책은 팀 스쿼드는 아스날의 브랜드 가치-즉 프리미어리그 상위 클럽-를 만족할 정도로 유지하되, 선수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이익을 남기는 그러한 정책이었죠. 거기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으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건설하여 구장 수익을 늘렸고 또 여러 유망주들을 사와서 그들의 몸값을 불려 팔았죠. 그리고 중간중간 위기가 닥치면 성적 유지를 위해 긴급 수혈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벵거감독의 클럽 운영 정책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입니다. 클럽의 목표가 '더블' 내지는 '트레블'같은 엄청난 것들이 아니라면 말이죠. 하이버리 시대가 끝난 이후의 아스날의 스쿼드는 객관적으로 볼 때 리그 우승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스쿼드였고, 그런 스쿼드를 유지하면서도 새 구장을 건설하고 계속해서 구단 재정을 흑자로 만든 그는 정말 뛰어난 수완가입니다. 그러나 경기장 내로 시선을 돌리면 사정은 180도 달라집니다. 벵거의 아스날은 항상 부상에 시달렸고, 다른 상위 클럽들의 거센 도전을 이겨내지 못했으며 시즌이 끝나고 나면 항상 리그 3~4위에 챔피언스리그 본선 8강 혹은 16강 탈락이라는 메이저 클럽으로서는 체면치레 정도라고밖에는 볼 수 없는 성적표만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뒤에는 선수들의 부상, 폼 저하, 이적(이라 쓰고 수출이라 읽습니다)등의 이유로 스쿼드에 생긴 구멍만을 대충 땜질 한 후 다시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는 일이 반복되었죠. 


벵거감독의 사이닝은 언제나 과도하고 무모하다고까지 생각될 만큼의 타 구단들의 빅 사이닝 혹은 스쿼드 보강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대신 벵거감독의 사이닝 모토는 항상 '대체'와 '미래'였죠. 그래서 벵거감독이 검증된 선수에 천문학적인 돈을 퍼붓는 현재의 '미친 이적시장'에 뛰어드는 대신에 선택한 '미래'의 결과가 항상 좋았느냐고 물어본다면 거기에 대한 대답은 물론 'No' 입니다. 물론 벵거감독만큼 유망주 포텐을 잘 터뜨리는 감독을 찾기 힘들지만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파브레가스, 플라미니, 송, 반 페르시, 윌셔, 월콧같은 '좋은 예'들이 많지만 반대로 디아비, 벽트너, 데닐손, 센데로스같은 '나쁜 예'들도 있습니다. 게다가 유망주 포텐이 터지면 벵거감독은 선수의 단물만 빨아먹고 '미친 이적시장'에다 얼른 팔아버립니다. 싼값에 사와서 비싼값에 판다, 즉 선수장사를 하는것이죠. 


이것은 구단 재정을 부유하게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스날 스쿼드를 젊게 아니 어리게 만드는 결과도 낳았습니다. 그 어린 선수들이 빡빡한 일정, 부상, 슬럼프, 과도한 팬들과 언론의 관심 그리고 타 메이저 구단들의 거센 도전 등에 직면했을때 그들이 라커룸과 피치에서 믿고 의지할수 있는 사람은 기껏 해봐야 자신과 같은 풋내기들 뿐이었죠. 그들을 지휘하는 감독 벵거는 선수들에게 오퍼가 들어올 때마다 수지타산을 하는 감독이었고 그들이 그렇게 존경하던 주장 파브레가스는 항상 바르셀로나 이적 루머에 시달리는 선수였으니까요. 물론 벵거와 파브레가스의 멘탈에 의구심을 갖는건 절대로 아닙니다. 물론 그들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2퍼센트 아니 20퍼센트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그 부족함은 초라한 성적표로 돌아왔고 그것에 신물이 난 '성공한' 유망주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클럽을 떠났고 벵거감독도 두둑한 이적료를 안겨주고 떠나는 그들을 굳이 잡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되니 어린 선수들에겐 자신의 유니폼에 새겨진 엠블럼과 백넘버와 팬들의 관심은 동기부여가 아닌 부담감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그것을 다시 동기부여로 바꾸어줄 클럽의 구심점은 사라진지 오래되었죠. 클럽은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지만, 아니 계속 부강해진듯 보였지만 사실 아스날의 문제는 바로 구단 내에 있었습니다.


클럽의 구심점은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도 않고, 어디가서 천문학적인 액수를 들여 사올수 있는것도 아닙니다. 스티븐 제라드와 제이미 캐러거, 프랭크 람파드와 존 테리 라이언 긱스와 폴 스콜스같은 선수들은 대체로 영연방 출신이고 그 클럽의 유소년 시스템에서 자랐으며 또 10년이 넘는 선수생활동안 거의 클럽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에 반해 파브레가스는 카탈루냐 출신이며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 출신입니다. 


물론 그나라 태생이 아니라고 해서, 또한 클럽의 유소년팀 출신이 아니라고 해서 한 선수가 그 클럽의 구심점이 될수 없는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 선수가 클럽의 구심점이 되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과 동료들의 꾸준한 지지가 필요합니다. 위에 나열한 선수들에 비해 파브레가스는 클럽의 중추 역할을 맡기까지의 시간이 너무나도 짧았고 그와 같은 것들을 공유하며 그를 지지해줄 동료들도 부족했습니다. 그 짧은 시간동안 그것도 혼자서 클럽을 휘어잡기에는 파브레가스의 카리스마가 부족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람파드에게는 존 테리가 있었고 제라드에게는 캐러거가 있었으며 덕분에 클럽의 감독이 자주 경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첼시와 리버풀의 선수들은 자신들의 엠블럼 아래 뭉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라이언 긱스에게는 폴 스콜스 이외에도 개리 네빌, 리오 퍼디난드, 웨인 루니 등등의 선수들이 있었고 또 그들을 유소년 시절부터 지도해왔던 감독 퍼거슨이 있었기 때문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들 또한 자신들의 엠블럼 아래 뭉치고 트로피를 따낼 수 있었죠. 물론 아스날에도 저런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전무후무한 무패우승을 기록했던, 거너스의 로망 하이버리 시절엔 말이죠. 그러나 그들은 아스날의 '뉴 캡틴'파브레가스가 미처 성장하기도 전에 모두 클럽을 떠났고 파브레가스는 그 무거운 짐을 홀로 감당해야 했습니다(어쩌면 파브레가스가 그렇게 바르셀로나로 돌아가고 싶었던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저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인터뷰에 하이버리 언급한것도 그렇고).


어쩌면, 벵거감독은 그 구심점을 자신이 맡으리라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도 가능합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의 지휘 아래서 하나로 모여 시너지를 내는 클럽들이 있으니 말이죠. 열정적인 감독 위르겐 클롭이 이끄는 도르트문트나 클럽 소속 선수들을 아끼는 오언 코일이 이끄는 볼턴, 그리고 차가운 카리스마를 내뿜는 호세 무리뉴의 팀들이 그 대표적인 예죠. 그러나 벵거는 자신이 위르겐 클롭이나 오언 코일, 호세 무리뉴같은 감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퍼거슨같은 감독이 되려고 노력했죠. 구단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또 장기 집권하며 항상 클럽을 최상위 수준으로 유지하는 그의 카리스마는 벵거가 추구하는 그것과 굉장히 닮았습니다. 


그러나 퍼거슨에겐 믿음과 비전을 스쿼드에 불어넣는 능력또한 있습니다. 벵거와 퍼거슨 모두 구단의 발전이 최종 목표이긴 합니다만 현재의 벵거에게는 스쿼드에 믿음과 비전을 불어넣고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이 퍼거슨보다는 떨어집니다. 아니, 어쩌면 벵거는 퍼거슨보다 더한 카리스마를 내뿜을 힘을 갖고 있을수도 있지만 아직 그걸 발휘할 생각이 없다고 보는것이 더 맞는 말이겠죠. 퍼거슨이 스콜스,긱스,베컴,네빌 등의 '퍼거슨의 아이들'을 데리고 맨유를 발돋움시켰듯이 어쩌면 벵거역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버전의 '벵거의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한번 하이버리의 영광을 재현할 그날을 기다리며 와신상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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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pelessness : Blame Wenger 2012-12-10 05:43:18 #

    ... 식이고, 나쁘게 말하면 악순환입니다.벵거는 비엘사나 비야스-보아스 같은 전술가가 아닙니다. 또한 무리뉴나 클롭같이 강렬한 카리스마로 팀을 이끄는 감독도 아니구요.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벵거의 철학은 퍼거슨의 그것과 닮았습니다. 벵거와 퍼거슨은 둘 다 장기 집권하는 중이며, 팀의 선수기용이나 전술뿐만 아니라 로만이나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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